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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쿠퍼
star3.0
정보화시대의 절정을 향하는 지금, 이에 대한 명암을 넓고 얕게 보여주는 영화. ----------- 사실 영화 자체는 산만한 면도 있고 선뜻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어서 영화로써의 재미는 별로다. 하지만 영화에서 다루는 개별적 문제 상황들은 굉장히 인상깊다. 비밀이라는 쉬운 개념에서 시작한 영화 속 문제 상황들은 정확하고도 날카롭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또는 우리가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나왔듯이 '서클' 회사 덕분에 전세계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며 소위 말하는 '공유'가 용이해졌지만, 이는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이자 욕구인 자유와 충돌하게 된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주인공 '메이'가 혼자 카약을 타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남들에게는 드러내지 않고 싶은 것을 몰래 즐기는 그런 자유도 필요하다. 이런 자유가 침해됐을 경우를 영화는 메이의 생활 생중계와 인물들의 이메일, 전화통화 공개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의외로 눈길을 끌었던 건 메이의 화면에 나온 다른 사람들이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이라도 메이의 화면에 들어가면 착한 척, 좋은 사람인 척하며 메이와 인사를 하여야 한다. 만약 친구 '머서'처럼 눈 밖에 나면 알지도 못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사회적 매장을 당하게 된다. '빅브라더'와 같은 감시와 비밀을 타파하기 위해 모든 걸 공개하자던 사람들이, 역으로 '시청자, 팔로워'가 되어서 그들 눈 밖에 난 사람들에게 인민재판식의 심판을 내리는 감시자가 되는 꼴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경우인가. 영화는 또한 빅데이터에 대한 명암도 다룬다. 메이 부모님의 치료나 교통상황 분석 등의 좋은 점도 분명 있었고, 이는 메이가 회사와 그 비전에 대한 신용을 유지하며 영화가 진행되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데이터로 되며 과연 이 데이터의 주인은 나인가, 아니면 서클 같은 클라우드 회사의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즉, 나에 대한 취향, 정보를 이용해서 돈을 번다면 그것은 온전히 회사의 몫인가? 나의 정보를 나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쓸 수 있는가? 나도 모르게 나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물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영화에서도 서클은 이런 데이터를 교묘히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방해되는 사람들을 처리하기도 한다. 나아가, 그 데이터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들, '서클'의 서버관리자나 CEO 등의 데이터는 그럼 누가 관리 감독하는가? 즉, '감시자는 누가 감시하는가?' 하는 오래된 물음까지도 해볼 수 있다. 심각한 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카르텔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점이다. 면대면의 얘기를 하기보다 사람들은 이제 단체카톡, 페이스북, 인스타 등의 카르텔에서 자신의 생활을 공유하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버린다. 물론 이것들은 데이터화 되어 저장된다. 지금은 덜하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누구나 SNS를 하며 '그 영상 봤어?' '그 짤방 봤어?' 하며 얘기를 시작하였다. 그걸 알지 못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야 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이런 소속감을 가지게 되면 특유의 군중심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심리는 그 사람이 속한 카르텔의 신념, 문화, 그들끼리 돌려 읽는 찌라시 정보들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겉으로는 번드르르 해보이던 영화속 PT시간이 끝에 가서는 이런 군중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 영화에서의 상황들은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소개팅 전에 SNS로 상대방을 미리 파악하는 것, 검색어와 방문페이지를 기반으로 한 맞춤 광고, 스마트폰의 구글 동기화 및 일원화, 인터넷방송의 BJ과 관종, 인터넷의 마녀재판과 신상털기 등 그 사례는 매우 많다.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비행기가 사고가 난다고 비행기를 안 탈 수는 없는 법이다. 부작용이 무서워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버릴 수는 없다. 다만,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 적어도 나는 완전하고 똑발라도 남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내로남불을 하는 감정적인 존재라는 것은 인정하고 늘 주의해야 한다. 남들의 사생활을 보는 것은 재미있다. 근데 그 대상이 내 가족, 나라면? 얘기는 달라지는 것이다. 예전에 코미디빅리그의 사망토론이란 코너에서 '100억 받는 대신 평생 사생활 공개' 라는 주제에서 안 한다는 쪽이 이긴 것도 다 이런 이유다. 이런 걸 보면 늘 무슨 일이나 정도가 있는 법인 것 같다. 상식 선의 어느 정도 선, 문득 생각해봤을 때 '이건 좀...' 싶은 것들을 잘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우리가 비행기 사고가 있다 한들 비행기는 타지만, 비행기 안의 사람들이 뭘 하고 뭘 보고 뭘 먹는지까지 생판 모르는 남들이 터치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 서클의 사옥이 구글의 신사옥과 똑같이 생겼던데 감독이 아무래도 노린 것 같다. 그나저나, 엠마왓슨은 여전히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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