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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seok Koo
star4.0
'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조건 생환을 바란다. 그들이 죽은 뒤에 내게 남을 세계, 그 황폐함을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맥락도 없이 불쑥, 너는 어떻게든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내가 너를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네가 그것을 알고 있으니 만약의 위기가 닥쳤을 때 너는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너는 살아 돌아오라. 말 그대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서 오라. 그 정도로 이기적이라서 세월과 함께 가라앉은 학생의 마지막 메시지가 사무치는 것이다. 나 좀 구해달라는 메시지가 아니고 미안하다는 메시지라서. 죽음이 분명한 순간에도 그녀는 부모가 남은 평생 자신의 죽음 속에 살 것임을 알았을 것이다. 그게 어떨지를 직감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걱정했을 것이다. 무서웠을 뿐만 아니고 가슴 아팠을 것이다. 이런 가늠은 살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여유인지도 모르겠다. 당사자가 아니므로 이런 것을 가늠해볼 자격이 내게는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을 생각하면 그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끝없이 구겨지고 끝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속수무책인 채 그것을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 황정은 외, <눈먼 자들의 국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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