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

37분

단산 위에 당집이 있어 붙여진 이름의 ‘당산(堂山)’에는 53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지대가 낮아서 1920년대 대홍수로 당산이 잠겼던 때, 사람들은 은행나무에 매달려 살 수 있었다. 20년 동안 살았던 도시 당산을 다시 찾았다.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을 중심으로 뻗은 번화가의 화려한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들, 무너지는 소리는 당산의 풍경에 균열을 냈다. 당산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에 느끼는 감정은 어떠할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도시 ‘당산(堂山)’은 감독이 태어나고 20년을 자란 도시다. 당산에 대한 기억은 번화가나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거나 대기업 고층빌딩 옆에서 무너져 가는 허름하고 기이한 풍경의 공장들과 그곳의 사람들이었다. 감독은 그곳을 떠나고부터 줄곧 5년 동안 ‘당산’의 상실감이 마음속 크게 자리 잡았다. 당산을 다시 찾았을 땐, 당산에서의 삶이 대단히 불안했던, 삭제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97년 IMF로 인한 가정의 불화 때문이었는지, 미지의 공간들 주변을 지나가야만 했던 치안에 대한 불안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이곳엔 공장들도, 그 안에 사람들도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과 공간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불안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한 개인의 삶과 무의식에 어떻게 맞닿아 가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사라지는 기억과 공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단산 위에 당집이 있어 붙여진 이름의 ‘당산(堂山)’에는 53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지대가 낮아서 1920년대 대홍수로 당산이 잠겼던 때, 사람들은 은행나무에 매달려 살 수 있었다. 20년 동안 살았던 도시 당산을 다시 찾았다.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을 중심으로 뻗은 번화가의 화려한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러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들, 무너지는 소리는 당산의 풍경에 균열을 냈다. 당산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고향에 느끼는 감정은 어떠할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도시 ‘당산(堂山)’은 감독이 태어나고 20년을 자란 도시다. 당산에 대한 기억은 번화가나 교통의 요충지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거나 대기업 고층빌딩 옆에서 무너져 가는 허름하고 기이한 풍경의 공장들과 그곳의 사람들이었다. 감독은 그곳을 떠나고부터 줄곧 5년 동안 ‘당산’의 상실감이 마음속 크게 자리 잡았다. 당산을 다시 찾았을 땐, 당산에서의 삶이 대단히 불안했던, 삭제된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97년 IMF로 인한 가정의 불화 때문이었는지, 미지의 공간들 주변을 지나가야만 했던 치안에 대한 불안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이곳엔 공장들도, 그 안에 사람들도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과 공간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불안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그것이 한 개인의 삶과 무의식에 어떻게 맞닿아 가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사라지는 기억과 공간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제14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